[특파원칼럼]결사체조직과 선거와 여야의 의미

2008. 4. 7. 11: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최철호특파원 /

미국에서는 막후에서 은밀히 정치와 경제, 심지어는 종교계까지 움직이는 거대한 비밀 조직이 있다는 지적을 종종 접할 수 있다. 마치 무슨 거대한 음모조직의 단초를 잡은 것 같은 긴장감을 주는 이 같은 거대 음모조직의 실체는 지난 1990년대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예 영화 '내셔널 트레저'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주제가 될 정도로 흔한 이야기가 됐다. 그러나 거대 음모조직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흔한 이야기이면서도 정작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그런 음산한 이야기 대상이다.

예일대학의 스컬스 앤 본스(Skulls & Bones) 조직이나 프리메이슨 조직은 한때 상당한 주목을 받다 이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이미 식상한 주제가 됐다.

최근에는 미 외교관계위원회(CFR)가 그런 비밀결사 조직의 대상으로 주목되고 있다. 이 조직도 이런 지적을 받은 지는 오래 됐지만 최근 선거철이 되면서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21년에 조직된 CFR은 현재 미 국무부 이외 미국의 외교 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잡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는 그래서 미국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의 필독 참고서로 꼽히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의 어조가 외교정책에 반영되는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CFR이 최근 거론되는 이유는 바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모두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과 관련, 이 같은 반대가 진실로 이들 후보들이 원하는 바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CFR의 강령은 모든 세계의 국가들은 국경을 없애고 하나의 공동체로 합쳐져야 하며, 그래야 온 인류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배분해가며 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인 캐롤 퀴그리는 "영국에서 생성된 CFR은 온 세상의 국경이 없어져야 하며 하나의 세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로 NAFTA는 CFR이 북미 지역에서 추구하는 국경 없는 하나의 공동체를 꾸미기 위한 전략적 방편의 한 과정이며, 한 개의 공동체가 되기 위한 전 단계에서 이뤄지는 경제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조약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럽에서 조성된 유럽연합의 창설과 단일 화폐인 유로화 역시 이 같은 단일국가 창설을 위한 전 단계의 성공적인 업적이라고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NAFTA가 의회에서 승인되지 않고 있는 이유 역시 북미 공동체 구성이라는 아이디어를 알고 있는 의원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반대, 알력을 보이면서 비준되지 않는 것이란 지적까지 하면서 그럴 듯한 음모론으로 보이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미화 1달러짜리 뒷면에 '모든 것을 보는 눈(all-seeing-eye)'과 '피라미드'의 유래에서부터 워싱턴 DC시의 구조와 설계에 얽힌 프리메이슨 조직체 연관성, 프랑스가 영국과 독립전쟁을 치르는 미국인들을 도우려 해군을 대거 파견해 결국 미국을 독립하도록 한 배경에 프리메이슨 조직의 후원이 있었다는 등 일부 사실과 소문에 대해서는 미국인들도 인정하고 그 같은 조직의 필요성과 해악에 대해 논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미국은 유대인들이 뒤에서 조종하는 나라라는 지적을 오래 동안 해오고 있지만, 그것은 너무 미국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처럼 뒤에서 움직이는 조직을 논한다면 유대 조직은 아예 명함도 내밀지 못할 거대한 조직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들 조직들의 존재를 받아들이며, 일부 시민은 자신의 명예와 부와 가치관을 쏟아가며 일원으로 행동한다. 미국의 여야가 구분이 없다는 말은 프리메이슨 조직이나 스컬스 앤 본스 조직의 멤버들이 모두 대통령, 행정기관장, 사법부 장을 도맡으면서 국가의 여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같은 스컬스 앤 본스 조직원이며, 존 케리와 매케인, 힐러리가 모두 CFR 회원이라는 지적은 여야 없이 이들 모두가 미국이라는 국가를 위한 결사체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미국인들은 이를 용인한다.

대선을 지나 이제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한국을 돌아보면서, 우리도 그 같은 국가를 위한 결사체의 조직이 있어 같은 멤버이되 단지 여야로 구분됐다면 어찌됐을까가 궁금해진다. 저토록 아귀다툼을 하면서 싸우고 밥그릇 싸움에 밥상까지 깨먹는 그런 판을 벌일 수 있을까 하는 상념에 잠기게 된다.

hay@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