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 이젠 축제수준 고도화해야

2007. 5. 2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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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는 한국인의 대명사다. 부지런하고 일밖에 모른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한국사람들은 도대체 일하러 세상에 태어났느냐는 외국인들의 비아냥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인들처럼 가무음곡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다. 틈만나면 춤추고 노래한다. 산과 들은 물론이고 버스 안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한집 건너 노래방이고 가라오케가 없으면 술집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는 축제 천국이다. 전국에서 연간 개최되는 갖가지 지역축제가 1176개나 된다고 한다. 단순한 산술적 계산으로 매일 3개 이상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단 하루에 끝나는 축제는 없는 만큼 이보다 훨씬 많은 축제들이 매일 열리고 있다. 특히 봄과 가을에는 수십개의 축제가 전국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연일 축제속에 빠져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성 싶다.

지역축제는 외부 관광객을 대거 유인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이천ㆍ광주ㆍ여주의 도자기 축제나 함평 나비, 화천 산천어축제 등처럼 대박을 터뜨릴 경우 지방자치단체 연간 수입의 3∼4배에 달하는 수익을 남긴다.

잘 키운 축제 하나가 매출 1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20∼30개를 지역 내에 유치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낸다. 이밖에도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문화를 발굴ㆍ보존하고 독특하고 새로운 지역문화를 창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한 지역주민의 여가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축제는 지역 발전을 기약하는 기회의 보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여 적정 수익을 남기는 축제는 전체의 10%에도 못 미친다.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엇비슷한 축제들이 난립하고 있는데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축제가 상당수를 차지하다 보니 한번 가보고 실망해 외면해 버리는 축제들이 대다수다. 지저분한 환경에 잡상인이 들끓고 시종일관 시끄러운 유행가만 메아리친다면 외부 관광객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으로부터도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축제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그 지역 특유의 문화와 환경이 독창적인 프로그램으로 포장돼야 한다. 지역색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천 도자기나 화천 산천어, 함평 나비축제 등은 지역의 특장점과 이미지를 설정한 뒤 이를 상품으로 창작해 성공한 대표적인 것들이다. 안동의 탈춤, 남원의 춘향제, 강진의 청자, 보령의 갯벌, 부산 자갈치, 대구 약령시 한방문화축제 등도 지역 고유 문화를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성공한 축제들이다.

지역축제 기획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다른 축제의 프로그램이나 내용을 그대로 베끼거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이다. 아무리 유서 깊은 축제라도 매너리즘에 빠져 시대의 변화와 문화적 흐름에 호응하지 못한다면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축제를 서비스 마인드와 접목시키고 자치단체장들이 선심용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색다른 의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면 즐거운 반응을 보인다.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되고 문화적인 자부심도 느끼도록 하면 금상첨화다. 이젠 축제수준을 고도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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