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15)장기이식

1992. 2. 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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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企劃特輯」

'꿈의 세계'가 눈앞에--

-과학기술이 살길이다 (15)장기(臟器)이식

국내서도 신장(腎臟). 안구(眼球)이식은 활발

간은 단 1건, 심장은 아직 사례 없어

'뇌사(腦死)=사망(死亡)' 인정되면 활성화(活性化) 전망

(서울=연합(聯合))특별취재반= 미국(美國) 캘리포니아州에 살고있는 62세의 윌리엄 반 뷔렌씨는 지난해 11월말 폐렴이 악화돼 20년이상 덤으로 살아온 인생을 마감했다.

네덜란드 태생으로 회계사 일을 하다 은퇴한 뷔렌씨는 지난 70년 심장질환으로 목숨을 잃을 뻔 했으나 당시 교통사고로 숨진 16세 소년의 심장을 성공적으로 이식받아 무려 22년동안의 추가인생을 살았었다.

심장이식수술후 가장 오래 산 기록을 세운 뷔렌씨 다음으로 오래 산 사람은 프랑스의 엠마누엘 비트리아씨로 수술후 18년동안 살아오다 지난 87년 사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심장은 아니지만 신장이나 간을 이식받아 새로운 삶을 살고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신장이식의 경우 지난 69년에 처음으로 성공한 이래 87년에 1천례, 89년에 2천례를 돌파했으며 지난해 말까지 3천3백11례를 기록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장이식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수도 지난 69년 2개에 불과하던 것이 80년 11개, 89년에는 21개로 늘어났으며 지난해 말현재 30개 의료기관에서 신장이식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 한햇동안 시행된 신장이식수술 건수만도 6백50례로서 중국(中國) 1천6백례, 인도(印度) 1천2백례, 일본(日本) 7백50례에 이어 동양권에서는 4번째로 많은 규모.

물론 인체의 신장은 2개로 하나를 떼어내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해도 일상생활에 별다른 지장이 없어 신장이식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전국민의료보험제도의 시행, 외과의사들의 경험 및 기술축적, 장기기증운동의 활성화등에 힘입어 이식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 79년 영국(英國)의학팀이 효능이 뛰어난 새로운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을 개발, 성공률이 월등히 높아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신장이식과 관련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져 지난해 10월 개최된 대한이식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延世大 의대 朴基一교수(외과학교실)가 지난 79년 4월부터 90년 5월까지 연세의료원에서 시행한 신장이식 5백례를 대상으로 면역억제제의 종류, 공수여자간의 혈연관계, 수여자의 연령등의 인자가 이식수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朴교수는 당시 "신장 제공자와 수여자의 혈액형이 같으면 다른 경우에 비해 생존율이 높았으며 수여자의 연령이 낮을수록 이식신장의 생존율도 높게 나타났다"고 밝히고 " 혈연관계는 이식신장의 생존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면역억제제의 효과는 사이클로스포린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신장이식과는 달리 간이식은 국내에서 지난 88년3월 서울大 의대 金洙泰교수(외과학교실)팀이 성공한 것이 유일한 사례.

金교수팀은 88년 3월16일과 17일에 걸쳐 장장 11시간동안의 수술끝에 말기 뇌종양환자로 뇌사(뇌사(腦死))판정을 받은 李모군(14)의 간을 -부모의 허락하에- 기증받아 윌슨씨병으로 사경을 헤매던 李선화양(14)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심장이식과 함께 장기이식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수술로 알려진 간이식수술의 성공은 우리나라 의학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쾌거로서 당시 법률적으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숨져가는 한 여학생의 목숨을 건졌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간을 이식받은 李양은 아직 언어기능등에 다소 장애가 남아있지만 수술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간질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간이식수술은 지난 1963년 美콜로라도大 스타즐교수팀에 의해 처음 시도된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4천례의 이식수술이 시행돼 선진국에서는 이식수술후 1년생존율이 70%를 넘을만큼 많은 발전을 하고있다.

국내 의료진의 이식기술이 다른 어느나라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이식수술 성공이 단 1건에 그치고 심장이식은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뇌사가 죽음으로 인정되지 않아 이식수술에 필요한 간이나 심장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즉 국내에서 인정되고 있는 사망은 '심장과 폐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는 상태로 이때에는 간이나 심장을 이식수술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뇌사는 심장과 폐의 기능이 정지되기에 앞서 뇌전체가 기능을 상실해 시간이 흐르면 심폐기능이 정지돼 필연적으로 사망에 이르는 상태로서 대뇌기능 상실로 사고나 운동기능은 없지만 뇌간이 살아있어 호흡, 소화, 순환기관이 제대로 움직여 영양분만 공급되면 시간이 흘러도 생명이 유지되는 '식물인간'상태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현재 미국(美國), 영국(英國), 프랑스등 구미선진국 대부분과 아시아의 싱가포르, 중국(中國), 대만(臺灣), 타이등이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함께 뇌사를 인정하지 않고있는 일본(日本)도 지난 1월 정부자문기관인 뇌사문제위원회가 2년간에 걸친 심의끝에 생존시 장기기증에 동의한 사람의 경우에는 뇌사인정을 허용하도록 건의했다.

특히 뇌사가 인정된 나라들에서는 각종 장기이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심장이식의 경우 지난 1967년 南아프리카공화국의 크리스천 버너드박사가 세계최초로 성공한 이래 미국(美國)에서만 매년 1천례 이상이 시행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매년 2천5백례씩 시행돼 많은 사람들이 새생명을 얻고있다.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고 있는 선진국 국민들은 장기제공의식도 높아 교통사고 등으로 졸지에 사망할 경우 자신의 장기를 제공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자신의 운전면허증에 장기제공의사를 표시해 놓고 있을 정도이다.

간이식수술의 성공이후에도 동물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金교수는 "숨질날만 기다리고 있는 많은 말기 간질환자들을 볼 때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하루빨리 뇌사가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간이식술의 대표적인 적응질환은 소아의 경우 담도폐쇄증, 성인은 간경변증이지만 원발성 경화성담관염, 만성 및 급성 간염, 간정맥혈전증, 윌슨씨병, 알코올성 간질환, 간암등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6년이후 2천5백여회의 심장수술을 기록하고 있는 서울大 의대 盧浚亮교수(소아흉부외과)도 "서울대병원의 경우에만 매년 15명정도가 말기심장병으로 숨져가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심장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사람은 수천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고 "교통사고등으로 매년 발생하는 1만여명의 뇌사환자의 장기를 이식수술에 사용할 수 있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밖에 지난 6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실시돼 수술건수 1천례를 넘고 있는 각막이식수술도 헌안자(獻眼者) 및 시술능력을 갖춘 의사의 부족으로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많은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톨릭의대 강남(江南)성모병원 金在浩교수(안과학교실)는 "국내 실명자는 약 15만명으로 이중 각막혼탁으로 실명한 사람은 10%인 1만5천명에 이르며 한쪽 눈만 실명한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약 3만명이 각막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형편"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전국적으로 극히 제한된 병원에서만 각막이식수술이 시행되고 있으며 헌안자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金교수는 "각막이식에 사용되는 눈은 교통사고나 심장마비와 같이 갑자기 사망한 건강인의 눈이 적합하지만 만성질환이나 암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헌안운동에 동참해 실명자에게 시력을 되찾아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장기이식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뇌사인정이 관건으로 뇌사만 인정된다면 신장이식수술이 연평균 1천5백례까지 증가하고 간이식사례도 늘어날 것이며 국내 최초의 심장이식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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