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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대표팀, 중장기 로드맵 만들어야”

한겨레 | 입력 2009.11.05 22:10

 




[한겨레] 문봉기 총감독과 장재근·황영조 '스타임원' 출사표

삼성전자 북미총괄사장 출신의 오동진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최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연맹 최초의 대표팀 총감독에 문봉기(49·전남체고) 전남육상연맹 부회장을 선임했고, 14년째 200m 한국기록(20초41) 보유자인 장재근(47)씨를 트랙기술위원장,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황영조(39·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을 마라톤위원장으로 뽑아 스타 출신 임원을 기용했다. 지난 8월 베를린 세계육상대회 현장을 참관한 뒤 한국 육상의 부진을 목격해 충격을 받았던 오 회장이 두 달 가까운 숙고 끝에 내린 처방이다. 당장 내년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는 물론이고 나아가 2011년 대구 세계육상대회 성공적 개최의 필수조건인 경기력 향상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런 중차대한 임무를 떠안은 문 감독 등 3인방은 지난 3일 임명장을 받은 다음날 경기도 양지파인리조트에서 1박2일의 한국육상 중장기 훈련계획 및 발전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연맹 임원 및 외국인 코치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도약선수 출신이며, 멀리뛰기 간판 정순옥김성호 등을 발굴하기도 했던 문봉기 감독의 첫마디 속에 한국 육상의 과제가 산적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늦어도 내달 초까진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중장기 로드맵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대표팀 관리가 종목별로 '알아서' 해왔던 방식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문 감독은 "세미나에 참석한 외국인 코치들에게 마스터플랜 완성을 주문했고, 내용을 검토해 재계약 여부도 결정하겠다"고 하자 외국인 코치들조차 긴장하는 눈치다. "9명이나 되는 국내 코치의 새로운 선발을 위해 6일부터 모든 국내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서류접수를 한 뒤 오는 23일 대표팀 코치 인선을 마무리하겠다." 그는 발표 내용은 물론 성과에 따라 연봉 책정 등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총감독이 간여할 것은 외국인 코치와 국내 코치, 코치와 선수 간에 소통을 시키는 것이다. 문화가 다른 사람끼리 아직도 대화에 문제가 많다. 가능하면 원칙까지 만들어 선수와 지도자가 경기력 향상에 훨씬 더 집중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

그동안 연맹 바깥에서 비판적인 입장을 주로 견지했던 장재근 위원장은 "안에 들어왔으니 지도자와 선수가 무엇이 필요한지 돕는 데 힘쓰겠다"며 "1차적으로 외국인 코치와 국내 코치, 내 생각을 한 그림으로 완성한 뒤 그 그림에 선수들이 따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장 위원장은 외국인 코치들의 고집스런 국외 겨울훈련을 만류하며 "이번 겨울이 출발점이니 대표팀 선수들의 생각을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계기로 삼자"고 당부했다. 그런 뒤 결과에 따라 책임지겠다는 말도 놓치지 않았다. "그동안 연맹은 잘못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아무 결론도 없이 떠돌지 않았습니까?"

황영조 위원장은 마라톤이 트랙 이나 필드와는 전혀 다름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 마라톤 현실부터 개탄했다. "1년에 완주자가 남자는 70여명, 여자는 10여명에 불과하다. 특히 여자는 완주자가 한팀에 1명꼴이다. 이래선 훈련효과는 물론 시합도 경쟁력이 없다." 평균 20~30여명이 한 팀을 이루는 일본 실업팀의 예를 든 황 위원장은 "실업팀의 희생을 딛고서라도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소집해 대표팀 합동훈련을 해야 한다"며 "그게 가능해지면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세계 정상급 훈련파트너를 데려와 경쟁시키겠다"고 했다. 문 감독 등 3명의 임원은 "연맹의 열정과 의지로 보면 2011년 세계대회 금메달은 몇 개쯤은 가능할 정도지만, 그걸 현실화하는 게 우리들의 과제로 남았다"고 의지를 보였다.

양지/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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