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충무공 '타루비'에 붉은색 칠 미스터리.. 누가? 왜?
조선시대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순절한 지 6년 후인 1603년 막하의 수졸들이 장군의 덕을 기리기 위해 비석을 세웠다. 꽃무늬를 새긴 대석 위에 세운 소박한 크기의 타루비(墮淚碑)이다. 중국 오나라 때 양양 사람들이 덕치를 베푼 양호를 생각하며 비석을 바라보다 눈물을 흘렸다는 고사를 인용해 이름을 지었다는 내용이 비석 뒷면에 새겨 있다.
전남 여수시 고소3길 좌수영대첩비 비각 안에 있는 타루비는 1973년 보물 1288호로 지정됐다. 그런데 타루비의 붉은 글씨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찍은 유리건판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다. 언제 누가 칠했는지 논란과 함께 원형 훼손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순신 전문가 박종평씨는 1일 국민일보에 붉은색이 칠해진 타루비의 현재 사진과 함께 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진을 제보했다. 박씨는 “최근 여수 일대를 조사하다 타루비의 붉은 글씨를 확인했다”며 “과거 이승만·박정희 정권 때 이순신 장군이 집중 조명되며 동상이 전국 곳곳에 건립됐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타루비에도 붉은색이 칠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이어 “글씨를 잘 보이게 하려는 등 선의로 칠해졌다 하더라도 문화재를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는 것이 문화재보호법상 원칙인 만큼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시대에도 비석에 붉은색, 노란색, 흰색 등을 칠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으나 이것이 전통 안료가 아닌 현대의 페인트칠이라면 문화재 훼손에 해당한다.
문화재청 황권순 과장은 “타루비는 43년 전 보물로 지정될 당시에도 붉은색 칠이 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어느 시기에 칠해진 것인지 안료 분석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 장검에서처럼 현대에 만들어진 화학적 안료가 검출되면 벗겨내 보존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순신 관련 문화재의 ‘붉은 칠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충남 아산 현충사에 보관된 이순신 장군이 썼던 장검의 혈조(칼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홈을 판 부분)에 붉은색 칠이 된 사실이 2011년 알려졌다. 영화 ‘명량’의 흥행으로 이 문제가 새삼 부각됐고, 1969∼70년 페인트가 칠해진 사실을 확인한 문화재청은 이를 박락하고 전통 안료로 복원했다.
지난해 장검이 논란이 됐음에도 유사 사례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보물 관리체계가 허술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를 복제한 충남 아산 현충사의 타루비, 전북 장수군 천천면 장판리의 타루비(전북기념물 제38호)에도 붉은 칠이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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