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강정마을에서 고개 숙인 해병대원들

김태훈 기자 2016. 5. 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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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목요일(4월 28일) 4시 반쯤, 해병대 9여단 장병 8명은 군용 트럭을 타고 제주 해군기지 옆 강정마을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사주경계, 즉 총구를 주변으로 향해 적이 있는지 탐색하며 이동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기치 않은 사단이 벌어졌습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9여단의 트럭을 막아선 것입니다. 주민들은 "강정마을에 총 든 군인들이 진입했다"며 해병대원들을 몰아부쳤습니다. 주민들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이러면 얼마나 무섭냐”, “왜 공포 분위기 조성하냐”, “학교 앞이다”, “왜 마을까지 총 들고 나오냐”고 외쳤습니다.

주민들의 고성에 적재함 탑승석에 앉아 사주경계를 하던 병사들은 소총도 내리고 고개도 떨구었습니다. 차마 주민들의 눈을 쳐다볼 수 없었고 묵묵히 주민들의 항의를 듣기만 했습니다. 마을 책임자는 지휘관에게 “총알을 넣고 다니지 그러냐”라고 비아냥거렸고, 지휘관은 “총알은 없다”고 작은 목소리로 해명했습니다. 

이들은 28일, 29일 양일간 해군기지에서 실시된 군경 및 유관기관의 항만방호 훈련 참가 병력이었습니다. 훈련 중 해군기지 외곽 지역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그래서 강정마을을 사주경계하며 지나고 있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강정마을은 상처가 많은 곳입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바람에 고향 바다를 잃었습니다. 주민들은 해군기지를 반대하느라 생계를 버리고 투사가 돼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기지는 지어졌고 거액의 구상권 청구 소송까지 당했습니다. 해군기지가 완공되고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 줄 알았는데 아픔은 더 합니다.

그렇게 아픈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보여준 9여단 장병들의 행동은 죄인, 패잔병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백번 옳았습니다. 주민들이 장병들에게 달려들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해병대원들의 대응은 적절했습니다. 강정마을 주민은 9여단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제주도민 중 일부입니다. 해병대는 늘 그랬듯이 주민들에게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온순하고 적들에게는 잔인하리만치 용맹하면 됩니다.

(사진 출처 Joyakgol dopeheadzo)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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