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화문 현판, 원래는 검은 바탕-흰 글씨였다"
|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본명 김영준) 대표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국가 인류학 자료보관소’에서 1893년 9월 이전에 촬영된 광화문 사진을 최근 찾아 동아일보에 29일 공개했다. 사진은 박물관 홈페이지(collections.si.edu)에서 ‘korea palace gate’로 검색하면 찾아 볼 수 있다.
발견된 사진은 3장이며 이 중 동일한 2장의 사진에서 뚜렷하게 광화문 현판을 식별할 수 있다. 이 현판의 글씨는 1865년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이 썼다.
사진 속 광화문 현판의 바탕색은 검정에 가까운 어두운 색이다. 사진 오른쪽 아래 중절모를 쓴 서양인의 검은색 옷 색깔과 비슷하다. 바탕색보다 밝게 보이는 글씨(光化門)는 흰색 혹은 금색 등으로 추정된다.
한국사진학회장인 양종훈 상명대 영상학부 교수는 사진 속 현판이 현재의 현판처럼 흰 바탕에 검은 글씨는 절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사진 속 건물 처마 밑 단청과 비교했을 때 현판 바탕색이 검정이라는 것은 명확하다”며 “누각 밑의 벽면이 흰색에 가까웠을 텐데, 사진 변색에 따른 벽면의 색 변화를 감안하면 현판 글씨도 흰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광화문은 1927년 조선총독부가 해체해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 북쪽으로 옮겨졌다. 6·25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됐다가 1968년 철근콘크리트로 복원됐고 2010년 위치 등을 바로잡아 지금 상태로 재복원됐다.
문화재청은 2005년 현판 복원에 착수할 당시 1900년대 초 촬영한 유리원판 사진을 디지털 분석해 현판의 원래 한자 글씨체는 찾아냈지만 바탕색과 글씨 색은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대부분의 궁궐 문 현판이 검정 바탕에 흰 글씨를 썼고,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의 품격 등을 고려할 때 ‘검정 바탕에 희거나 금색 글씨’가 옳다는 문화재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문화재청은 논란이 계속되자 2014년 6월 자료를 내고 “전통건축 사진 서예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에서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대 소장 유리원판 사진을 분석한 결과 바탕색보다 글씨 부분과 이음부가 더 검거나 어두워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임을 재차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년간 광화문 현판의 원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추적해 온 혜문 대표는 “뚜렷한 사진이 발견된 이상 광화문 현판을 다시 제작해 걸어야 한다”며 “광복 70년이 넘은 지금에도 일제가 훼손한 광화문의 옛 모습을 되찾지 못한 현실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덕수 재탄핵-마은혁에 임시 재판관 지위’ 야권 총공세
- [사설]“누굴 원망하겠나”… 이웃 돕다 구순 노모 잃은 아들의 눈물
- 미얀마 규모 7.7 강진에 태국 방콕 빌딩까지 ‘와르르’
- 검찰, 文 前대통령에 소환 통보…옛 사위 특혜채용 관련
- 보슬비가 ‘골든타임’ 선사…습도 높아져 산불 확산 멈췄다
- [횡설수설/우경임]의대생 일단 복귀는 한다는데…
- [단독]檢 “이재명처럼 ‘모른다’고만 하면 허위사실 공표 처벌 못해”
- 입지 좁아지는 비명계…박용진 “들러리는 맥 빠지는 일”
- [사설]“피할 수 없는 사고는 없다”… ‘싱크홀’ 사전경고 5번도 더 뭉갰다
- [사설]“정녕 지시한 적 없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