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온난화..호수가 급격하게 뜨거워진다

안영인 기자 2015. 12. 23. 10: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민물 호수 바이칼 호, 남미 페루와 볼리비아 사이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의 민물 호수 티티카카 호,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오대호 가운데 가장 큰 슈피리어 호, 경기도 포천의 산정호수. 말만 들어도 한번 가보고 싶은 세계 각국의 호수다.

지구상에서 호수가 차지하는 면적은 크지 않다. 하지만 호수는 생물학적인 활동이나 화학 반응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기후변화 측면에서도 커다란 호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곳인 동시에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구상에는 호수가 몇 개나 있을까? 또 호수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프랑스와 스웨덴, 에스토니아, 미국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고해상도 위성자료를 이용해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호수가 있는지 또 호수가 차지하는 면적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계산했다(Verpoorter et al., 2014). 연구팀은 면적이 적어도 2,000제곱미터 이상인 것을 호수로 잡았다.

위성자료 분석결과 지구상에는 약 1억 1천7백만 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수의 면적을 모두 더할 경우 한반도 전체 면적의 23배 정도인 약 5백만 제곱킬로미터로 빙하로 덮여 있지 않은 지구 표면의 3.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온난화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호수 물이 급격하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교를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를 대표하는 대형 호수 235개의 수온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위성에서 관측한 자료뿐 아니라 호수에서 직접 관측한 자료를 최근 발표했다(O'Reilly et al., 2015).

연구팀은 235개 호수에 대해 적어도 1985년부터 2009년까지 25년 동안 수온을 관측해왔다. 이들 235개 호수에 들어 있는 물의 양이 지구상에 있는 전체 민물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큰 호수들이다. 조사 결과 호수 물의 온도는 평균적으로 10년에 0.34℃씩, 고위도 지역에서는 10년에 0.72℃씩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80년부터 2012년까지 132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0.8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호수가 뜨거워지는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녹조

호수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식물성 플랑크인 녹조류가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다음 세기에는 수온 상승으로 인해 지금보다 녹조가 20%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녹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물속에 있는 산소량이 줄어들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햇빛이 차단돼 물고기를 비롯한 수중 생태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 수중 생물에 해로운 독소를 뿜어내는 조류도 5%는 증가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호수 생태계에 문제가 생겨 생물체의 사체가 더 많이 가라않게 되면 부패되면서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더 많이 배출하게 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지금처럼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에만 호수에서 발생하는 메탄이 4%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지구 온난화로 호수 물이 뜨거워지고 뜨거워진 물은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을 늘려 또다시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호수에서 먹을 물을 얻고 호수 물로 농사를 짓고 물건을 만들 때도 호수 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호수에서 먹거리를 구하는 사람도 있다. 호수가 주변 생태계와 생물의 다양성,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호수 물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증발하는 물의 양은 늘어나게 된다. 물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고 있는 데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것이다. 지구 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바다나 육지보다도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는 호수, 인류의 물 안보(Water Security)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참고문헌>

* Charles Verpoorter et al., 2014: A global inventory of lakes based on high-resolution satellite imagery.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DOI:10.1002/2014GL060641

* C. M. O'Reilly et al., 2015: Rapid and highly variable warming of lake surface waters around the globe.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DOI:10.1002/2015GL066235    
  

(사진=게티이미지) 

안영인 기자youngin@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