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제출한 이력서, 이젠 당당히 돌려받자

입력 2015. 2. 13. 14:10 수정 2015. 2. 13. 14: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국]만약 이력서를 넣은 회사에 채용이 되지 않았을 경우, 회사에 제출했던 이력서를 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아니오'였다. 설령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반환 비용과 인력 문제 때문에 돌려주기 어렵다는 대답만 듣게 될 것이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달라졌다. 그동안 구직자들을 힘들게 하던 손톱 밑 가시인 '이력서 반환 문제'가 드디어 시원하게 뽑혔다.고용노동부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구직자는 이력서를 제출한 뒤 14일~180일 이내에 제출한 서류에 대한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요청 제한 기간은 회사에서 정할 수 있다.

올해부터 구직자는 채용서류를 돌려 달라고 회사에 요청할 수 있다. (출처=Flazingo Photos)

이력서 반환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개인정보와 관련돼 있다. 기업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특히 채용 과정에서 수집한 구직자들의 개인정보 보안을 위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4년 8월부터는 입사지원서 서식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지 못하게 법으로 지정하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빈번히 발생하는 편이고, 구직자들의 우려 역시 여전한 상태이다. 왜일까? 회사원 박보람(28·서울) 씨는 예전에 한 기업에 면접을 갔다온 뒤 찜찜함을 느꼈다. 채용 담당자의 책상에 다른 지원자들의 서류들이 쌓여 있는데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내 개인정보를 아무렇게나 내버려 둘까봐 걱정이 됐다."는 그는 면접에서 탈락한 뒤 회사에 연락해 이력서를 돌려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력서 반환이 불가능할 것 같아 전화하지 못했다.이력서 반환이 필요한 이유에는 입사 지원에 드는 비용도 한몫 한다.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학위증명서, 자격증명서, 토익성적표 등 증명서 한 장만 떼더라도 지출이 필요한데, 여러 기업에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번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하다.

대학성적증명서와 같은 지원서 제출에 필요한 입증자료를 매번 발급 받으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 (출처=민원24 홈페이지)

1년째 취업준비 중인 김 모 씨(29·부천)는 "지난 한해 이력서 제출에 필요한 증명서류만 20만 원이 넘었다. 나는 그나마 양반이다. 다른 친구는 제출해야 할 자격증명서가 많아서 거의 80만 원 가까이 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의 말처럼 증명서류를 중복해서 발급받는 데 드는 비용이 상당히 부담스러울수밖에 없다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 계산해보자. 우선, 대학졸업증명서(1천 원)와 대학성적증명서(1천 원)이 든다. 여기에 토익성적표(3천 원)와 GTQ 자격증(5천9백 원), 정보활용능력 인증서(5천 원)도 필요하다. 기본적인 제출서류인데 총 1만5천9백 원이 든다. 이력서를 여러 곳에 제출한다면 비용은 배가 된다.

예술 계통 종사자들은 부담이 더 크다. 디자이너 종사자들은 포트폴리오 제출이 필수인데 제작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는 암묵적으로 돌려주는 게 관행이지만 반환하지 않고 개인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사례도 더러 있다. 이런 경우 개인정보와 서류 비용뿐만 아니라 아이디어까지 빼앗기는 셈이다.

올해부터 회사는 구직자가 요청할 시 14일 이내에 채용서류를 반환해야 한다

이런 구직자들의 어려움이 올해부터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 같다. 이제 지원자들은 자신이 제출한 서류를 돌려달라고 회사에 당당히 요청해도 된다. 회사는 본인 여부를 확인한 뒤 14일 이내에 이력서 및 입증자료(포트폴리오, 졸업증명서, 대학성적증명서 등)를 반환해야 한다.만약 채용서류 반환 비용을 구직자에게 부담하게 하려면 채용 여부가 확정되기 전까지 구직자에게 비용을 입금할 금융계좌를 지정해 통지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채용서류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거나 채용서류 반환 청구에 대한 고지 의무를 하지 않는다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단, 입사 지원 시 홈페이지나 메일을 통해 채용서류를 제출했을 경우에는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가 제출한 입사지원서가 제대로 폐기됐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어 불안감이 남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채용서류 반환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구직자 배려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므로 오히려 기업 이미지 쇄신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정책으로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을 조금이나 가벼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취업 전쟁터에서 오늘도 분투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구직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이 앞으로 더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정책기자단

|김혜수 santaro7@hanmail.net지극히 평범한 사람. 하지만 평범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인디음악, 전통시장, 중소기업, 도서관 정책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Copyright © 정책브리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