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탄생 연도와 장소 논란

1999. 12. 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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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 AFP=연합뉴스) 예수 탄생 2000년을 뜻하는 두번째 밀레니엄을 앞두고 베들레헴의 `탄생교회'를 줄지어 방문하는 순례자들 가운데 자신들이 정말로 올바른 시기에 정확한 장소를 찾아왔는지를 생각해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 탄생 연도와 장소 등에 대해서는 매우 논란이 많다.

예루살렘에서 열리는 대희년(大禧年) 가톨릭 주교회의 사무총장인 로버트 포틴 신부는 "예수 탄생 2000주년 행사들은 아마도 몇 년 전에 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 탄생 다음해 1월부터 햇수 계산을 처음 제안한 6세기의 수도승 데니스가 계산할 때 실수를 해 첫 크리스마스를 몇 년 뒤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베들레헴 인근 탄투르 소재 범(汎)기독교(에큐메니칼) 연구소의 마이클 게리 신부도 "예수 탄생 연도는 기원전 3, 4년이나 5년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예수께서 정확히 몇 살 때 복음 전파에 나섰으며 언제 돌아가셨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예루살렘에 있는 유명한 프랑스계 성서.고고학 대학의 마리-에밀 부아마르 교수는 수도승 데니스가 예수가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던 시점에서부터 거꾸로 계산해 탄생 연도를 잡았으나 복음전파 착수 연도를 잘못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신약성서 누가복음에서 예수가 대략 30세 때부터 복음전파에 나섰다고 기록돼 있는데 데니스는 `대략(about)'이라는 단어를 무시함으로써 예수 탄생 시기를 헤롯 왕 사망시기인 서기 4년보다 더 늦게 잡았다는 것이다.

반면 마태복음에는 예수 가족이 헤롯왕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난, 헤롯이 죽기까지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예루살렘에 있는 교황청 직속 성서연구소의 모리스 길버트 신부는 따라서 예수의 실제 탄생 연도는 공식 탄생 연도보다 6-7년 앞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예수의 탄생 연도뿐 아니라 장소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기독교인들이 알고 있기로는 처녀 마리아는 예루살렘 남쪽 약 10㎞에 있는 유대땅 베들레헴에서 하나님의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다른 외경(外經)들은 예수가 나사렛의 성수태(聖受胎)교회 인근에 있는 성모 마리아의 집에서 태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길버트 신부는 성서 본문과 2000년이나 된 옛 외경에 근거, 예수 탄생지를 베들레헴 성수태교회 아래 동굴로 바로잡는 것이 맞다고 믿는 연구자들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부아마르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은 "명확한 견해"가 없다고 밝힌 뒤 "(성경과 외경들의) 저자들이 (기술한 내용이) 서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의 동료인 제롬 머피 오코너 교수는 예수의 실제 탄생지가 베들레헴인 것은 100% 확신했으나 예수가 죽고 묻힌 곳은 예루살렘 동부의 `성묘(聖墓)'인 것으로 95%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게리 신부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독교 연구가들은 성지(성지(聖地))는 역사적 신빙성보다는 상징적이고 영적인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탄생지와 사망지 등에 관한 논란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choibg@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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