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죽어야 민족문화가 산다?

1999. 8. 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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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 한 민속학자가 기독교의 전래 및 토착화과정을 정면으로 비판한 글을 발표해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주강현 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은 최근 펴낸 책 「21세기 우리문화」(한겨레신문사 간)를 통해 기독교 전래를 `조선 역사상 1천년래 제1대사건'으로 꼽으면서 기독교가 얼마나 우리나라의 민족문화를 파괴하고 자주정신을 훼손했는지 폭로하고 있 다.

얼마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유림들의 분노를 촉발시켜 유교문화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듯이 `기독교가 죽어야(?) 민족문화가 산다'는 논지의 이 글은 기독교문화에 대한 일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가 제국주의의 첨병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침략성에 가 려 본질이 희석된데다 해방 후 숭미사상이 일반화되면서 미국 선교사들이 조선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처럼 왜곡됐다"며 제너럴 셔먼호 사건, 제주민란, 가쓰라-태프트 밀약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고 있다.

주강현 소장의 비판의 화살은 `교육가와 자선가로 위장한' 초기 개신교 선교사에게 집중된다. 1884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들어온 알렌은 운산광산을 소개해 거금을 챙기고 전차 부설권을 얻어낸 사업가이며, 언더우드 역시 설탕과 석유 등을 수입해 많은 이득을 올린 `백만장자 선교사'였다는 것이다.

또 북장로교 선교부 총무였던 브라운은 "한인은 어린애와 같이 천진하기 때문에 독립할 처지가 못된다"고 친일노선을 분명히했으며 웰스는 "을사조약이 조인된 날은 후대에 한국의 독립기념일로 지켜지리라고 확신한다"며 일제의 침략을 미화했다.

게일도 당시의 의병활동을 가리켜 "거짓 애국의 미친듯한 광란"이라고 매도하는가 하면 존스와 스크랜튼은 이토 통감을 만난 자리에서 "선교사들은 통감의 시정에 동정을 갖고 정치적인 문제에 대하여는 초연한 태도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주소장은 1907년 평양을 중심으로 거세게 불어닥친 대부흥운동의 열풍에 대해 "신도들에게 죄의식을 불어넣어 일제의 교묘한 구조적 억압을 한국인들이 수용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난했으며 일제말 신사참배 문제와 관련해서도 "선교사들은 어느 경우에나 거짓 논리로 무장하고 순교를 각오한 철저한 투쟁을 거부했다"고 꼬집었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초기 선교사들이 우리의 민족문화를 파괴한 사례로는 마을 굿이나 장승제 등 민간신앙을 억압한 것과 조상에 대한 제사를 우상숭배란 이름으로 금지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 민족문화에 대한 서양 선교사들의 편견은 뿌리깊은 백인 우월주의에서 비롯됐으며 외국의 문물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어린 20대 애숭이들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주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독교인들에게 두들겨맞을 각오를 하고 이 글을 썼다"고 심경을 털어놓은 뒤 "교회가 민족의 삶과 일치하는 문화양식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활발한 연구와 토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사진 있음>

heeyong@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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