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유언비어 ① 실태

1999. 1. 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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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대책 마련 시급 (대구.구미.부산.창원종합=연합뉴스) 김효중기자 = 대구, 구미, 마산, 창원, 부산 등 영남권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경제난에 따른 대기업 빅딜문제 등과 관련,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악성 유언비어가 독버섯처럼 퍼지면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들 유언비어는 주로 영남지역 입주 공장의 호남 이전, 대기업 빅딜 및 기업 구조조정은 영남 죽이기 일환, IMF환란에도 호남지역은 경기호황 등의 유형으로 한마디로 `현정권의 지역차별'을 부각시키는 내용이다.

작년말부터 도시.공단지역에서 급속히 유포되기 시작, 농촌으로 차츰 확산되고 있는 악성 루머는 전혀 근거없는 것으로써 현재 정부와 여권이 대책마련과 민심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쉽게 진정되지 않아 경제난 극복과 국민화합을 위해서 전국민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대우전자와 LG반도체 빅딜문제로 시민정서가 불안한 상태인 구미지역에는 "구미공단을 통째로 호남지역으로 옮기려 한다", "가동중지중인 OB맥주 구미공장이 문을 닫고 광주공장으로, 코오롱과 한국전자 구미공장 등 구미산업단지 입주업체도 잇따라 이전된다"는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

또 "대기업들이 현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호남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설립한다", "현 정권은 전남과 충청도 일원에 각각 1천만평이상의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는 등의 악성 루머가 빅딜에 따른 주민불안이 증폭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루머는 인근 대구로까지 번져 시중에는 "대기업 빅딜은 영남권 경제력 약화를 통한 호남정권의 연장을 위한 고도의 술수다", "구미공단 업체를 광주 대불공단으로 다 집어넣는다" "영남공직자의 씨가 마르고 있다"는 등이 나돌아 민심을 호도하고 있다.

창원.마산지역에도 "정부의 구조조정이 경남지역 기업들을 희생양으로 진행중이다. 도내 유력 기업들이 대부분 고사직전에 있고 실업자가 많이 발생해 지역민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마산 한일합섬 등에 대한 검찰수사는 이들 기업 사주가 YS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표적수사를 받은 것이다"는 등의 근거없는 말이 유포되고 있다.

게다가 "전남지역은 IMF가 없다. 백화점마다 사람이 넘쳐나고 건설경기가 좋아 인부를 구하기 힘들 지경이다","부산, 마산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광양만에 모두 뺏기고 있다", "전라도 사람은 경남에서 건축사업을 할 때도 인부를 전라도 사람으로 만 쓴다"는 등의 동서화합을 저해하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돌아 민심이 흉흉하다.

부산에는 주로 삼성자동차 빅딜과 관련한 것으로 "광주에 있는 아시아자동차를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있는 삼성차를 빅딜했다", "정작 없애야 할 광주의 아시아 자동차는 살리고 4조원의 자금이 투입된데다 잘 팔리고 있는 삼성자동차를 빅딜에 포함시킨 것은 부산죽이기의 일환이다"는 등이다.

이와 함께 "부산에는 연일 건설회사가 부도나는데 광주.전남에는 덤프트럭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건설 경기가 호황이다", "최근 광주에는 시공중이거나 발주를 마친 건설공사가 3백여건에 달하나 부산에는 진행중인 공사가 하나도 없다", "경상도고속도로 주변에는 연기나는 공장이 별로 없는데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면 모든 공장의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는 등의 악성 루머도 지역 경제사정과 맞물려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악성 유언비어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관계기관의 조사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국민회의가 밝힌 정부의 최근 통계자료를 중심으로 한 `지역별 경제동향'에 따르면 지역별 실업률은 연도별로 96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대구-광주-전북-경남-경북-전남의 순서가 유지됐고 지난해 12월 한달동안의 실업률은 부산(10.1%)-광주(8.8)-대구(8.6)-울산(8.0)-전북(7.3)-경남(6.4)-전남(4.9)-경북(4.7) 등의 순이었다. 또 지역별 산업생산 면에서는 지난해 부산지역의 생산이 전년 동원에 비해 13%감소했으나 이는 경기(25.4), 인천(23.4), 제주(15.6)보다 낮고 서울(12.5), 대구(14.4), 대전(13), 전북(14)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전라도에는 실업자가 없고 경상도에만 득실거린다", "경상도 고속도로를 달리면 연기나는 공장이 별로 없는데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면 모든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는 말은 전혀 사실무근으로 악성 루머에 불과하다.

또 구미 OB맥주 공장 가동중단의 경우 광주로 이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OB측의 자체 생산량 감축 등에 따른 것으로 밝혀지는 등 영남지역 공장의 호남지역으로의 이전 소문 또한 수백억,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산업생산지수(95년=100)의 경우 97년 말부터 98년 9월까지 광주.경북 18포인트, 대구.전북 17포인트, 부산 16포인트, 전남 9포인트씩 각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외환.금융위기에 따른 생산위축 현상이 어느 특정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영.호남 모두 비슷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은 유언비어 대책마련에 적극 나섰는데 국민회의는 21일부터 23일까지 대구.경북과 경남지역에 50여명의 소속의원들을 `특사'로 파견, 지역 당원들을 대상으로 동시 다발적으로 `국정설명회'를 열어 지역감정 조장을 차단하고 `지역편중해소'를 위한 정부정책을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 이번주부터는 김종필(金鍾必)총리를 비롯한 경제부처 각료, 한화갑(韓和甲)총무 등 국민회의 당직자 등이 직접 나서 지역민심을 직접 체감하고 동서화합 정책을 홍보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러나 악성 루머는 경제난 등에 따른 흉흉한 민심을 파고 들면서 쉽게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화합을 위해서도 정부.여당의 근본적인 대책마련 시행과 함께 범국민적인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경북대 윤용희(尹龍熙.57.정치학과) 교수는 "빅딜과 관련,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유언비어가 유포되는 것은 국가 이익을 저해하고 동서화합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면서 "국정 책임자들은 유언비어를 근거없는 말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대국적인 견지에서 사실을 규명,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빈(任泰彬) 경남도의원은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지난해부터 나돌아 직접 현장을 다니며 확인했으나 모두 허구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부가 동서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철저히 취하고 지도층 인사들도 유언비어의 확대재생산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검찰과 경찰은 유언비어 유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 "경제난 극복과 국민화합을 가로막는 유언비어 유포는 범죄행위로 전원 색출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며 유언비어 선동하는 개인이나 집단 등에 대한 추적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서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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