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一笑臺' 자리에 무엇을 세울까

1996. 10. 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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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일소(一笑)臺' 자리에 무엇을 세울까

(대구(大邱)=연합(聯合)) 李東璟기자= 일제시대 대구지역 친일파의 거두가 자신의 행적을 미화해 세운 비석이 50여년 만에 철거된 뒤 그 자리에 무엇을 세울 것인 지에 대한 논의가 대구 시민단체들 간에 한창이다.

지난 53년간 대구시 북구 침산공원에 세워져 있던 일소대(일소(一笑)臺)는 일제시대인 지난 43년 경북관찰사를 지낸 친일파의 거두 朴重陽이 국유지를 불법으로 불하받은뒤 자신의 친일 행각을 미화해 바위에 `일소(一笑)臺'라고 새겨둔 비석이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올해 광복 51주년 기념 사업으로 그의 친일 행각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우고 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쳐 지난 11일 박씨의 문중 후손들이 이를 자진 철거하게 했다.

지역 사학계에 따르면 일명 `박작대기'로 불렸던 朴重陽은 1906년 대구군수 시절 고종황제의 명을 어기고 대구 성곽을 허물어 일제의 지역 상권 장악을 도왔으며 단체를 조직해 3.1운동 탄압에 앞장선 인물로 지난 49년 반민특위에 의해 구속되기도 했다.

또 지난 43년 조선총독부 자문단체인 중추원 부의장에 올라 한국 젊은이들을 학도병으로 내모는 등의 행각을 벌이고도 해방후 일제 앞잡이 노릇에 대한 반성은 커녕 "고금왕래로 크게 본다면 일소(一笑)에 부칠 희비극이다"라며 큰 소리를 쳤다는 것.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일소대가 사라진 자리에 민족정신을 담은 기념비를 세우고 공원의 이름도 바꿀 것을 시에 건의할 방침으로 활발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흥사단 대구지부는 "朴重陽이 대구 군수였던 1907년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한 徐相敦 선생의 동상을 세우고 공원 이름을 국채보상운동 기념 운동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朴은 일제에 대구의 상권을 넘겼지만 徐선생은 이에 맞서 경제권과 국권 수호 운동에 앞장선 애국지사"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시민 운동이기 때문에 시민화합의 의의를 기념하는 상징물로서 가장 적절한 것"이라는 입장이며 광복회 대구지부는 "공원부지 일대가 아직 朴重陽 문중의 소유인데다 인근에 그의 부모 묘소가 있어 협의가 앞서야 하며 이곳에 설치할 기념물에 대해서는 시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뒤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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