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화제>이윤기씨의 에코 소설 개역(改譯)

1995. 7. 14. 17: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聯合))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추」가 번역가이며 소설가인 이윤기씨(48)의 새로운 번역에 의해 「푸코의 振子」(全 3권.열린책들刊)라는 제목으로 출간 됐다.

초판본의 번역자인 李씨는 첫번째 번역이라는 생각으로 소설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번역하기로 결심, 6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새 번역판을 내놓았다.

새 번역판에서는 확실하지 않았던 인명이나 지명, 저서, 사건, 인용된 신화들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초판본의 오류와 오역을 바로잡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 자신의 각주 4백여개를 새롭게 첨부했다.

李씨는 지난 92년에도 에코의 첫 작품인 「장미의 이름」을 개역,출간했는데 이때는 오역을 바로잡고 문장을 다듬는 정도였다.

李씨가 국내 출판관행으로는 극히 드물게 에코 소설을 두번씩이나 개역, 출간한것은 에코 소설이 갖고 있는 특유의 난해성에서 비롯된다.

「장미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에코의 두번째 작품 「푸코의 진자」 역시 라틴어와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의 외국어가 번역도 안된 상태로 실려 있고, `백과사전적 탐정소설`, `찾아보기가 필요한 책`, `정보의 집적물`이라고 불리워질 정도로 박학다식을 자랑하고 있어 손쉬운 번역이나 책읽기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첫 번역에서 완벽을 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온 李씨는 지난 반년동안 미국에서 "죽다가 살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힘겨운 개역작업에 몰두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李씨는 또 단순히 고정점에 매달려 흔들리는 추가 아니라 일정한 주기를 갖고 운동하는 진자가 자전을 비롯한 지구의 신비를 상징하려던 에코의 의도에 더욱 부합되기 때문에 책제목도 「푸코의 추」에서 「푸코의 진자」로 바꾸었다.

지난 91년부터 미국 미시간 주립대의 초빙연구원으로 재직중인 李씨는 에코 소설외에도 「그리스인 조르바」, 「변신이야기」 등을 비롯, 여러 권의 번역서를 내놓았다.

불충분한 자신의 번역본을 새롭게 검토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개역판을 내놓은 李씨의 번역자로서의 양심은 졸속번역이 난무하는 국내 출판계와 번역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는 찬사가 자자하다.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