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심수봉씨 "김재규 법정진술 거짓" 주장

1994. 12. 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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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사랑밖에 난 몰라>서 새 증언

"각하 정치 잘하시오" 라는 말도 안해

(서울=연합(聯合)) 79년 10.26 당시 궁정동에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피살현장을 목격한 가수 沈守峰씨가 이달말 출간 할 회고록 「사랑밖에 난 몰라」(문예당刊)에서 朴대통령 시해상황에 대해 알려진 일부내용이 거짓이라고 주장,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沈씨는 회고록에서 "金載圭가 朴대통령에게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라, 또 차지철 경호실장에게 버러지 같은 놈이라며 총을 쐈다는 기록은 합동수사본부의 각본일 뿐" 이라면서 "김재규와 박대통령사이에 대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회고록가운데 10.26 관련 부분을 요약한 내용이다.

- 79년 10월 26일 아침 나는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박선호'란 사람으로부터 부장이 저녁식사 모임에 참석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이날 저녁 약속장소인 내자호텔에서 검은색 관용차를 타고 신재순과 함께 궁정동에 도착했다. 나는 대통령의 왼쪽에 앉았다. 대통령은 TV채널을 이리저리 옮기다가 7시뉴스에 고정시켰다. 방한중인 美국방장관이 신민당 총재직을 박탈당한 김영삼씨를 당수로 예우해 찾아갔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이 퉁명스런 목소리로 " 야당 당수는 무슨 야당 당수야.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라며 리모콘으로 TV를 꺼버렸다.

대통령은 어색한 분위기를 돌리려는 듯 내게 이름을 묻고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그즈음 한 남자가 들어와 김재규부장에게 귀엣말을 했다. 김부장이 곧 그를 따라 나갔지만 아무도 그들의 움직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재순이 `사랑해 당신을'을 부르고 대통령도 긴장을 풀고 따라 부르고 있을 즈음 밖에 나갔다 곧 돌아온 김부장이 " 짜식 넌 너무 건방져" 하는 소리를 냈고 동시에 ` 탕'하는 총소리가 울렸다. "어, 피!"하며 소리치는 차실장을 보았더니 오른쪽 손목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김계원 비서실장은 벌떡 일어서더니 방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대통령은 허리를 곧추 세우고 손을 양 무릎위에 얹은 자세로 지그시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흡사 `이것들이 또 이짓들이구나'하며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다. 그 순간 김부장이 대통령을 향해 총을 겨누고 뒷걸음치듯 일어서며 2-3m 거리에서 대통령의 가슴에 권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정자세를 흩뜨리지 않았고, 김부장은 다시한번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이었다. 그는 권총을 들여다 보더니 방밖으로 달려나갔다. 차실장은 김부장이 밖으로 나가자 일어서며 어이가 없는 듯 " 저 사람 왜 저러지?"라고 크게 중얼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대통령은 신재순과 방안으로 돌아온 차실장의 괜찮으시냐는 물음에 "음 나는 괜찮아"라고 또박또박 대꾸했지만 목에서 "...크르륵...크르륵..." 가래가 끓어오르는 듯 기분나쁜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괜찮으세요?"하고 물었지만 대통령은 대답이 없었고 그런 대통령을 부축해 일으켰다. 대통령을 품에 안고 있을 때 그분 뒤쪽으로 질펀하게 고여있는 피를 보고 " 누구 좀 도와 달라"고 울부짖듯 소리를 질러댔다.

얼마쯤 지났을까. 꺼졌던 불이 켜지며 차실장이 뒷걸음질 치며 방안으로 들어섰고 바로 그의 코 앞에서 김부장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차실장은 절망적인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사방탁자를 집어들고 김부장에게 돌진, 후려치려 했으나 김부장은 가볍게 피하며 연달아 총을 쏘았다. 차실장은 총알을 맞고 튕기듯 뒤로 쓰러졌다. 김부장은 바로 내 품에 안겨있는 대통령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되자 방에 들어와 있던 박선호과장으로부터 다른 권총을 넘겨받았다. 그의 다리가 대통령과 내 몸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고 내 상체가 바깥쪽으로 쓰러지는 순간 " 탕".그때 내 눈에 비친 모습을 차마 글로 묘사 할 수는 없다.

나는 동물적 본능으로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왔다. 방밖 복도에는 벽을 향해 등을 보이고 있는 김계원비서실장이 눈에 들어왔다. 중정요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를 어느방엔가로 안내했다. "각하 괜찮으십니까? 각하, 괜찮으세요?"하는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옆방에서 들렸다. 어이가 없었다. 그건 연극이었다. " 조심해 모셔. 업어!"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미스신이 그때 내가 있던 방으로 들어오며 " 저것들이 다 짜고 저러는 것 같아요.그렇죠?"라고 말했다. 밖에서 " 타-타-타-"하는 확인사살을 하는 것 같은 총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괘종시계가 열한번 울었다.

예측 할 수 없는 공포의 시간. 한 20분쯤 지났을까. 박선호 과장이 나타났다. 그는 "놀라셨죠.고생했습니다"하며 "당분간 오늘 일은 비밀로 하고 기다리세요. 잘되면 두분에게 상이 있을 겁니다"라며 우리에게 사례비가 담긴 봉투를 나눠준뒤 차를 태워주고 사라졌다. 우리는 내자호텔 가까운 횡단보도에서 내렸다.

15년이 지난 이시점에서 밝혀야 할일이 있다. 지금 세상에서 정설로 되어있는 사건발표에는 틀린부분이 많다. 대통령이 " 김영삼을 구속하라고 했는데 말려서 하지 않았더니 역시 좋지 않아"라고 하자 김부장이 "각하,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고 말다툼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또 김부장이 김실장에게 " 대통령 각하, 좀 똑바로 모시오"했다든지 차실장에게 "이 버러지 같은 놈" 이라고 외치며 총을 쏘았다는 것도 모두 거짓말이다. 합수부의 이 발표는 모두 김재규의 진술이다. 그렇다면 거짓말쟁이는 김재규이다. 미스 신은 합수부의 진술과정에서 그것이 틀렸다고 증언했는데 채택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그날 그자리에서는 김부장과 대통령, 김부장과 김실장사이에 대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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