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눈물바다된 문현여상 졸업식장

입력 1993. 2. 11. 18:04 수정 1993. 2. 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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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釜山)=연합(聯合)) 申政勳기자 = "왜 우리가 그릇된 어른들의 희생물이 되어야 합니 까"

11일 오전11시 93학년도 졸업식이 열린 부산시 남구 문현동 문현여상 교정에는 여느 졸업식장의 숙연함은 간데없고 1천2백여명의 어린 졸업생들의 애타는 호소만이 가득했다.

이날 졸업식은 학교금고 잔고가 바닥나는 바람에 2억8천8백만원의 저축환불금을 받지 못해 상급학교 진학은 물론 생계마저 막막하게 된 학생들,그리고 이들의 학부모들이 학교측의 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선생님 학부모 여러분 청소년들이 이 사회를 믿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세요" "역겨운 고무와 본드냄새를 마다하지 않는 신발회사에서, 비린내나는 수산회사 작업현장에서 대가로 받은 월급입니다" " 손발이 얼어붙는 작업환경에도 불구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그리며 저축한 돈입니다 제발 돌려주세요"

특히 졸업생 1천2백명중 신발, 수산회사등 산업체 근로자였던 야간부학생 2백50명은 온갖 고난끝에 거머진 졸업장보다는 상급학교 진학을 꿈꾸며 모아왔던 1인당 최저 1만원에서 최고 3백70만원의 돈을 받지 못해 수년간 꾸어왔던 꿈이 깨져 버린데에 대한 울분의 눈물을 저마다 쏟아냈다.

최근 ㈜삼화등 도산회사의 근로자였던 일부학생들은 퇴직금과 밀린 봉급마저도 받지 못해 생계가 곤란한 처지라며 선생님과 금고관계자들을 붙잡고 하소연했지만 이 학교 학교장이자 세화학교금고 이사장인 宋炳漢교장은 할말이 없다며 고개만 떨구었다.

딸의 자랑스런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했던 일부 학부모들은 "국회의원까지 한 사람이 어린애들이 피땀흘려 번 돈을 가로챌 수 있느냐"며 부정대출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前재단이사장 韓錫奉씨를 겨냥, 비난을 쏟아 부었다.

눈물 바다를 이룬 졸업식장에 새마을금고 연합회 부산지부 李진배 감사부장이 다급히 나타나 "연합회에서 학교금고를 인수해 오는 3월까지 여러분이 돈을 받아 갈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히자 다소 진정기미를 보였으나 당장 생계마저 곤란한 일부 학생들은 계속 눈물만 흘렸다.

여하튼 배움의 현장을 떠나면서 이들 학생들은 사회의 추악한 부정부패를 사회진출의 첫출발점인 졸업식장에서 경험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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