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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길의 연애공작소] 동거·이혼한 사람 중 한 명을 선택하라 한다면

세계일보 | 입력 2009.11.05 18:49 | 수정 2009.11.18 10:28

 




충분히 아파하고 힘든 시간 보낸 사람
달콤함만 빼먹은 사람보다 낫지 않을까?


서른일곱 살의 정민씨가 자신보다 두 살 어린 진숙씨를 처음 만난 것은 카메라 동호회에서였다고 한다. 튀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차분하고 지적인 느낌의 진숙씨에게 좋은 감정이 있던 정민씨는 모임 회식 때 용기를 내어 진숙씨 옆자리에 앉았고,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친해져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보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즐거운 시간도 잠시, 3개월쯤 지나 서로 좋았던 감정이 사랑으로 변하던 무렵 갑자기 여자 쪽에서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통보했고, 정민씨는 그 일로 괴로워하다 나를 찾아왔다. 서른일곱 살의 남자에게 찾아온 한 번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기에 나는 그의 이야기를 조용히 한참 동안 들어주었다.

그녀에게는 한 번의 과거가 있었다. 부부간의 일이야 당사자만 아는 것이니 자세한 사유까지 알 수는 없지만 1년을 연애했던 남자와 결혼해 2년간의 결혼생활을 한 후 어쩔 수 없이 이혼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 사실을 밝히지 못했던 진숙씨는 정민씨를 만나는 내내 부담스러웠고, 결국 자신에게 점점 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그에게 더 이상 숨길 수가 없다고 판단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단다. "선생님 그래도 '애'는 없다고 했는데 그나마도 다행인 거 맞죠?"라고 묻는 남자를 보면서 나는 그 질문의 의미를 이내 파악할 수 있었다. 정민씨는 내 생각이 듣고 싶어가 아니라 곧 주변에서 반대할 연애를 시작하기 전 든든한 지원군을 얻기 위해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나는 기꺼이 그의 편이 되어 그를 응원해 주었다.





이명길 대표연애강사

이왕이면 과거가 깨끗한 것이 좋을 테지만 만약 누가 나에게 이혼했던 사람과 동거했던 사람 중 한 명을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혼했던 사람'을 택하고 싶다. 사랑한다고 해도 결혼 결정이 결코 쉽지 않은 만큼 헤어지는 것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한 사람과 이혼했다는 것은 책임감을 가지고 시작했던 사랑이 잘못되었다는 뜻으로, 그 책임으로 인해 충분히 아파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의미한다. 그럼 동거는 어떨까? 영양분은 쪽 빼고 달콤함만 남긴 사탕처럼 책임감은 쪽 빼고 두 사람의 관계에 보다 집중한 만남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이런 이유로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사람이,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진 사람보다는 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그날 했던 이야기이다.

덧붙이자면 걱정되는 점이 있기도 하다. 2009년 서울 통계연보(2008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하루에 197쌍이 결혼하고 64쌍이 이혼을 한다. '동거보다는 차라리 이혼이 더 괜찮은 사랑'이라고 주장하려면 사람들이 이혼을 어렵게 생각해야 하는데 최근 추세를 보면 사람들이 이혼을 동거하다 헤어지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든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동거했던 사람보다 이혼했던 사람이 더 괜찮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동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마지막 소절('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처럼 이혼하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니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듀오 대표연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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